2058년 12월 오후 3시, 이 날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어두워진 하늘은 더 이상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다.
“ 클리포트 ”, 우리는 대재앙의 시작을 이렇게 불렀다. 태양과 동시에 사라진 낮은 세상에 빛 한 점 보이지 않게 만들었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회는 혼란했고 무능했으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갑작스러웠다.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지 않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어둠 속에서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딱 한 달째 되던 날, 땅이 갈라지는 듯한 큰 소리와 함께 그 어둑한 틈으로 도무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괴물들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클리파의 탄생이었다. 백색의 털을 가진 짐승들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혼란스러움 속에서 대응할 방도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그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절망적인 재난과 동시에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줄 존재 또한 나타났는데 그것이 케테르 부대의 근원이었다.
‘대재앙의 역사’에서 발췌
클리포트_2058년 12월 2일
이 거대한 재앙의 이름입니다.
현재로부터 약 100년 전인 1058년 12월 2일 발생했으며 이 날을 기점으로 태양은 점멸하듯 사라져 칠흑같은 어둠이 지속되었습니다. 태양이 사라지자마자 온도는 비정상적으로 내려가 크리쳐가 나타나기 전, 인류는 다시 한 번 빙하기를 맞이했습니다. 도시와 문명은 모두 두터운 눈과 드높은 빙산에 파묻혀 사라졌고 대비하지 못한 추위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습니다. 클리포트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나기 전 인류의 4분의 1은 동사했습니다. 클리포트 이후 세계의 온도는 영하 평균 40도에서 50도이며 후술할 백야지대는 평균 영하 15도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클리파_2058년 1월 2일
클리포트가 발생한지 딱 한 달째에 생겨난 괴물.
클리포트 발생 한 달이 지난 1월 2일,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굉음과 진동을 느낍니다. 지각이 뒤틀려가며 떨어지고 붙기를 반복, 수없이 생겨난 깊고 거대한 협곡의 아래에서 깊은 어둠을 몰고 백색 털을 가진 짐승들이 생겨났습니다. 이 정체모를 크리쳐에 의해 인류의 또 다른 4분의 1이 몰살당했습니다.
클리파는 크기부터 습성까지 각기 다른 모습을 가졌지만 하얀 털을 가졌고 인간을 주식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능이 있는지, 단순히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클리파의 주요 거주지는 한기와 함께 주기적으로 강한 눈보라가 일어납니다. 또한 클리파의 주변에는 끝없는 어둠이 함께한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큰 클리파의 크기는 약 3.5m입니다. 거대한 개체는 단독으로 다니지만 크기가 작은 개체는 3-10마리가 함께 무리생활을 합니다.
세피라, 그리고 “ 케테르 베이 빅티스 ”_2058년 1월 15일
클리파에 의해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인류에게도 희망은 있었습니다. “ 세피라 ”의 탄생입니다, 그들은 클리파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후천적으로 이능력을 얻거나, 선천적으로 이능력을 가진 아이들, 우리는 그들을 세피라라고 불렀습니다. 클리파는 세피라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처럼 세피라만을 노려 공격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세피라는 그리 오래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2158년 현재도 세피라의 수는 극소수입니다.
지금의 세피라들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혹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나 자각하지 못한 상황을 대비해 8살 이전, 모든 사람들이 이능력 발현을 위한 검사를 실시합니다.
또한 세피라는 능력을 사용할 수록 체모의 멜라닌 색소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능력을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멜라닌 색소 발현과 연관이 있다고 하나,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세피라는 성장함에 따라 체모가 점차 옅어지며, 사관학교에서 이능력 사용 훈련을 받으며 자란 성인 세피라들은 모두 새하얀 백발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장 전 백발, 가족 중 은퇴하거나 사망한 세피라의 존재는 소수합격 요소입니다.)
아칠루트에서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 케테르 베이 빅티스 ”, 2058년 1월 15일에 생겨난 세피라 중 홀로 살아남았으며 역대 가장 강한 세피라입니다. 아직까지도 케테르 베이 빅티스만한 이능력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의 능력은 빛과 관련되어 있다고 전해지며 죽음을 맞이한 이후에도 많은 이들의 동경 대상입니다. 그의 정확한 업적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책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케테르 베이 빅티스, 그는 우리의 역사를 이어줄 단 한명의 세피라이며 영웅이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을 내어 길을 터주는 안내자, 또 하나의 빛, 그리고 이 세계의 구원자.’ ‘대재앙의 역사’에서 발췌 모두의 동경과 관심을 받은 인물은 세계의 조그마한 빛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백야 지대입니다.
백야지대
당시 18세였던 케테르 베이 빅티스는 클리포트 사태에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의 능력을 활용하여 모두를 구할 안식처, 거대한 백야지대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클리파를 모두 토벌하면 그 지역의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 빛이 돌아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살아남은 세피라는 소수일지라도 그가 이뤄낸 업적은 후세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케테르가 만들어낸 거대한 백야지대는 더 이상 클리파가 발생하지 않으며 이후 그 자리에 연합국 아칠루트가 건국됩니다.
연합국 아칠루트_ 건국 2070년 5월 4일
가장 거대한 백야지대에 건국된 연합국
케테르가 만들어낸 백야지대에 건국된 아칠루트는 5개의 소국가로 이루어진 연합국입니다. 클리포트 이후 정권은 군사시설이 잡고 있으며, 소국가 모두 공통된 군사시설을 통해 외부 클리파로부터 보호받고 있습니다. 클리포트 이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탓에 자본의 개념이 쇠퇴하였으며, 공동체 단위로 함께 살아가는 생활양식이 대부분입니다. 화폐의 이용가치가 떨어진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가치가 있는 재화, 즉 사람이나 옷 따위의 재산을 대량 소유하고 있습니다. 각 소국가들은 서로 큰 환경차를 지니고 있어 서로간의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며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국가에서 발견된 극소수의 세피라들은 세피로트 사관학교가 창립된 아칠루트 수도 근방에서 주로 존재합니다.
아칠루트 Atsilut
연합국 아칠루트의 전신, 백야의 근원지입니다. 현재 5개국 중 연합국의 수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군의 원수가 머물고 있는 군사시설이 위치해 있습니다. 국가 내에서 지켜야 하는 법률이 상당히 엄한 편입니다. 길거리를 둘러보면 군인들을 심심치않게 확인할 수 있으며, 케테르 부대 소속도 드물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범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이 되었으며, 높은 인구밀도를 보입니다. 4개국의 중심에 위치해있기에 상품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칠루트를 거쳐야 합니다. 의료, 교육 등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 중에서도 군인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예민하고 성급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나, 수도인들을 향한 차별적인 시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케테르 베이 빅티스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빅티스 광장은 언제나 활기찬 모습입니다. 추위를 잊기 위해 유난히 빛을 이용한 장식을 많이 해두었습니다. 중요한 행사 또는 연합국의 모임이 있을 경우 대부분 빅티스 광장에서 이루어집니다. 백야지대 가장 내부에 있음에도 고개를 들어 협곡 너머를 바라보면 클리파가 몰고온 극야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절은 언제나 겨울 하나. 4계절이라는 말은 아주 오래된 고문헌에서나 찾을 수 있는 사어 死語 가 되었습니다
브리아 Beriah
얼음고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두번째로 큰 국가입니다. 설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국가 내부로 통하는 길은 서쪽에 난 통행로 하나 뿐입니다. 5개국 중 유일하게 자연발생한 백야지대입니다. 발생원인을 두고 여러 주장이 오가고 있으나 명확한 원인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대륙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대량의 수중 포유류가 서식하던 지역이었는지 얼어붙은 얼음을 조금만 파내어도 커다라 뼛조각이 발견됩니다. 역사, 지리, 생물학적으로 가치를 지닌 지역이기에 학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4개국과 달리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타 국가와의 교류가 비교적 드문 편입니다. 브리아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나, 도착하고 나면 높은 설산들 덕에 클리파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매년 3, 4월쯤이면 북동쪽의 바다에서부터 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높새바람 탓에 극심한 눈폭풍에 시달립니다. 험한 날씨 탓인지, 국가의 분위기 탓인지 기본적으로 웃음이나 친절이 드뭅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맵거나 짠 음식이 발달했으며, 자생하는 식물들의 경우 스스로 열을 발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ex. 복수초)
예치라 Yetsirah
예치라 평원이라고 불리는 유목국가입니다. 아칠루트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5개국 중 가장 큰 면적을 지녔습니다. 넓은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곳곳에 있는 빙판과 크레바스 등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환경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드물게 식물이 자생하는 지역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유목을 하며 살아갑니다. 보통 가족단위로 행동하며, 경제 활동 혹은 국가 행사의 경우 집단적인 모임을 가집니다. 클리포트에서 살아남아 독자적 진화를 이룬 야생 포유류를 사냥하거나 길들여 함께 생활하기도 합니다. 타국가에 육류 및 유제품을 수출하여 국가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강과 호수가 존재하는 국가입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천둥 독수리 쉼터’입니다. 1년 내내 우박과 천둥이 내리쳤다가도 일 년에 단 일주일 환상적인 광경을 보여주는 호수입니다. 예치라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기후가 변화하는 곳으로, 날이 맑았다가도 갑작스레 우박이 떨어지고는 합니다. 때문에 예치라의 사람들 아주 어릴 때부터 날씨를 읽고 예견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예치라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타적인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는 이를 가리켜 ‘선한 예치라인 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시야 Asiyah
클리파 흑해와 맞닿아 있는 반도국가입니다. 아칠루트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3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변에 위치한 섬은 총 72개이나,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섬은 그중 20개 남짓입니다. 맞닿은 바다는 클리파 흑해로, 바다의 거칠기가 마치 클리파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클리파 흑해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새까맣습니다. 흑해는 해빙과 빙하가 잔뜩 있기에 웬만한 쇄빙선으로도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어민들은 작은 배를 타고 인근 해역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곤욕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양식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시야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자들이 많으며 대부분 자존심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클리파 흑해가 어두운 이유는 바닷물에 포함되어 있는 ‘반타Vanta’라고 하는 물질의 영향입니다. 반타는 인체에 무해하나 특정 가공법을 거치면 열을 발산합니다. 아시야에서는 화폐 대신 반타찌꺼기를 교환하기도 할만큼 재화가치가 높습니다. 타 국가에 비해 자원이 풍부한 편인지라 도둑질이나 범죄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고자 거친 황소같은 바닷사람들이 모여 독자적인 방범단을 조직했습니다. 이는 고대의 ‘마피아’라 불리는 집단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합니다.
다아트 Da'at
극야의 베일. 5개국 중 가장 작고 황폐한 국가로 아칠루트의 동쪽, 백야의 끄트머리에 존재합니다. 다아트의 하늘이 언제나 백야를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이 넘실대고 있기에 붙여진 별칭입니다. 극야와 맞닿은 탓에 추위가 극심하고 클리파의 침입이 잦아 연합국을 이루고 나서도 십 몇 년 간은 버려진 땅이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나 2092년, 하우스을 이용한 농업이 대성공을 거두자 다아트는 버려진 땅에서 기회의 땅이 되었습니다. 하우스란 농작물 재배를 위해 다아트 사람들이 만든 구조물로, 5개국 식량 공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다아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우스에 고용된 이들이 대다수입니다. 클리파로 인한 인명 피해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에 새로운 노동력을 매 분기마다 모집하고 있습니다. 고임금의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인력 모집에 큰 심사가 없고, 지원자도 부족한 편입니다. 그렇기에 각 국가의 범죄자들을 적극 수용하여 형벌의 일환으로 노동에 참가시키고 있습니다. 다아트의 토박이들은 매우 심지가 굳세고 악착같은 끈기를 가진 사람들로,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친인척을 잃은 슬픔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아트는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기에 누구라도 감싸주는 편입니다. 다만 그만큼 타지역에 대한 배척이 강합니다.
(다아트 출신은 소수합격 요소입니다.)
여기까지 모두 읽으셨다면, 공지사항 확인문구 아래에 ‘케테르 부대, 전원 위치로’ 해당 문구를 추가로 오탈자 없이 적어주세요.
세피로트 사관학교_창립 2080년 1월 2일
케테르 베이 빅티스의 이름을 딴 이능력자 특수부대.
아칠루트가 건국된 10년 후, 케테르 베이 빅티스는 사관학교 “ 세피로트 ”를 창립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세피라의 수는 굉장히 적기 때문에 모든 이능력자는 발현 이후 10살, 집중적인 클리파의 공격으로 인한 죽음을 피하고 특수부대가 되기 위해 세피로트 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가족과 본인의 동의는 받지 않습니다. 세피로트 사관학교에 입학한 본인과 직계 가족은 본인의 죽음 이후에도 평생 아칠루트의 지원을 받게됩니다.
이 사관학교에서 세피라들은 크리쳐 대항 부대 “케테르” 에서 활약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을 배웁니다. 주로 생존과 전투에 관련되어 있으므로 일반적인 학생들의 공부와는 다른 면이 많습니다. 케테르 부대의 평균 활동 기간은 약 7년 정도이며 78년이 지난 현재, 2158년 기준 10기와 11기 외 기수는 모두 사망하거나 활동불가로 은퇴하였고 새로운 12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